그림이라는 게 아무나 그릴 수 있다고도 하고 아무나 그리는 게 아니라고도 하지. 나는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는 아무나 그릴 수 있는 쪽에 섰다가 막상 그리다 보면 아무나 그리는 게 아니라는 쪽에 서게 된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아무나 그릴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 물론 혼자 노는 마음에 이리저리 그려 볼 수는 있다. 잘 그렸든 못 그렸든 그렸다는 자체에 작은 기쁨도 느낄 수 있고. 그 기쁨을 조금 더 키워 보겠다고 잘된 그림을 따라 그려 보면 제 실력을 깨닫게 된다. 이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 이대로 혼자 해도 되겠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지. 책은 흥미로워 보였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색연필로 그려 보라는 그림들이고, 소재가 친숙하다 못해 흠뻑 빠져 있기까지 한 음식들이다. 하나라도 따라 그려 볼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하나만 완성하게 되면 이 책을 사서 다 따라 그리리라, 그런 각오도 하면서. 색연필이야 이미 여러 색으로 갖고 있는 상태고, 그림 그리기 좋은 종이도 갖고 있고, 그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지. 차례를 펼친다. 모두 38가지의 예시가 나와 있다. 이 중에 가장 만만한 음식 그림을 찾아 본다. 만만한 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쉬울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따라 그려 보겠다고 마음먹고 살피니 다들 복잡하다. 이래서야 원. 표지에 있는 블루베리 하나를 선택한다. 딸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6개의 블루베리 중에 제일 큰 것을 택하여 조심스럽게 수줍게 동그라미로 시작한다. 곧이어 해야 할 명암 그리기. 나는 금방 좌절한다. 명암이라는 기술은 그림의 기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내가 눈에 보이는 대로 따라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옆에서 보던 딸이 슬쩍 웃고, 가볍게 도움말을 주지만 내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블루베리 한 알에서 멈추고 말다니. 그림이나 글이나 모두 끈기를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앞에 발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즐기는 수준에서 연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할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아닌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게 되면 민망해지는 것이지. 이 책은 너무 어려우니 더 쉬운 책으로 내 기대를 내려야겠다.
종이 위에 한 상 가득 차린 색연필 미식회색연필로 맛보는 미식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색연필은 그릴 때 느낌이 매우 부드럽고 부가적인 도구가 필요하지 않으며 별다른 테크닉을 배우지 않아도 예쁜 손그림을 그릴 수 있다.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우동, 떡볶이, 초코케이크, 푸딩 등 디저트부터 피클, 프랑스음식부터 한국의 음식까지 나라별, 종류별로 다양하고 맛있는 38가지 음식을 그린 색연필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 구도와 연출, 채색과정이 따라 하기 쉽게 단계별로 설명되어 있고 각 음식의 레시피와 음식을 더 맛있게 표현하는 비법도 소개되어 있다. 색연필로 그린 부드럽고 섬세한 음식들은 사진과는 또 다른 시각적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색연필화를 그려서 부엌의 벽이나 냉장고에 붙여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색다른 먹스타그램을 만들어본다.
오므라이스 9
초코케이크 14
샐러드 19
토마토 라자냐 24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29
떡볶이 34
두부전골 38
비빔밥 43
연어 스테이크 48
딤섬 53
초밥 58
파르페 63
와플 68
딸기 모듬 73
피클 78
일본식 계란찜 83
딸기 치즈 케이크 88
시폰 케이크 93
새우두부탕 98
양갈비 스테이크 102
미니피자 107
블루베리 우유푸딩 112
크루아상 117
마시멜로 핫초코 121
수박주스 125
매시드 포테이토 케이크 129
팬케이크 133
토마토 브루스케타 137
바게트 핫도그 142
커스터드푸딩 146
토마토 스파케티 150
딸기 크레페 154
우동 159
태국식 조개 스프 164
딸기주스 165
새우덮밥 166
아이스크림 167
아몬드쿠키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