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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


인터넷에 연재되는 저자의 글을 많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를 조금 더 만나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저자는 참 솔직하다. 쉽게 얘기하기가 힘이 드는 내용도 거침이 없다. 자신이 살아온 일이라든지, 자신이 살고 있는 일이라든지, 더구나 여성으로 몸과 관련되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어 놓고 있다. 흔히 가식이 있는 자들이 쉽게 꺼내지 못할, 금기라고 여겨지는 내용도 저자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솔직함, 그 당당함, 그 진지함 등이 저자를 만나게 하는 이유가 되는 듯하다. 이 책도 전형적으로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그러나 그녀의 언어는 몸을 논하되 몸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이 몸의 곳곳을 누비며 더듬고 있다. 그 마음은 몸이 주는 애틋함에 은근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 ‘데굴데굴’이란 말을 즐겨 사용하는 저자의 삶과 언어, 이 의태어에 그 형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란 생각이 든다. 몸을 가지고, 더구나 여성의 몸을 가지고 얘기를 만들어 가는데 잡스럽지가 않다. 생활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직접 겪는 일들을 가지고, 조소와 고통의 날개를 단다. 그녀의 삶이 만들어 나가는 편린이 담겨지기 때문이리라. 섹스를 얘기해도 쾌락에 머무는 것이 나니라 본질에 다가가고, 육체를 말할 때는 노동이 중심이 된다.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는 노동, 그것이 그녀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그녀의 언어는 어찌 보면 거칠다. 어찌 보면 투박하다. 하지만 그 속에 사실과 탐구가 들어 있기에 진실하다. 우리는 그것에 매료가 된다. 그녀의 몸은 관능과는 거리가 멀다. 관능을 얘기한다고 여겨지는데도 독자의 마음은 그녀의 용기를 쫓고 있다. 우리들의 가장 가까이 있는 몸, 그 본질을 쫓고 있는 그녀만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언어들로 꾸며져 있다. 5편이나 계약까지 간 시나리오 작가가 경제적 궁핍으로 유명을 달리 했다는 말은 믿기지는 않지만, 있을 수는 있는 이야기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무섭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그러기에 돈을 쫓지 않을 수 없는 자자의 삶, 글 쓰는 일도 노동의 일부로 부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것이 여유로운 오락이 아니라 일이기에 고통도, 인내도 동반되는 것이리라. 저자의 몸과 돈은 하나가 되어 있다. 언어도 그녀에게는 물질과 하나가 된다. 이런 얘기는 스쳐 지나는 농담이 아니다.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다. 부산에서 친구가 만난 몸짱, 집이 경매로 넘어가 거리에 내쫓길 때 집에 찾아온 몸짱 건달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들의 사소한 관심사다. 그녀 또한 그런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머물러 있지 않다. 어려운 몸들에 대한 환호의 마음들. 오늘날의 안티고네가 되어 거리에 나서는 일, 녹즙 아가씨가 되어 곳곳을 누비면서 웃음을 파는 일, 기륭전자 전사들과 함께 하는 일 등이 오히려 절박한 몸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의 몸은 쉽게 허물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갈망과 진실은 빛이 되어 세상에 떠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많은 안타까운 민중의 역사가 그려진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죽음과 진실을 드러낸다. 그녀의 사색은 그녀가 만난 일들에 대한 사실적인 평가요, 본인이 겪은 결과다. 아픔과 불편의 감정으로 치달린 세상에 대한 조소다. 약자인 인생들의 분노가 드러나는 함성이기도 하다. 저자의 가슴어리로 다가가 보면 싸늘한 웃음이 머문다. 그 웃음이 황한 웃음이 될 때까지 아마 그녀는 몸을 다시 돌아보리라. 저자의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생들의 삶에 대한 불공평의 아픔이 가득 밀려온다. ‘갑질’ ‘재벌 이세’ ‘황태자’ ‘공주 왕자’ 등 이런 말들이 직시의 대상이 되고,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창했던 분이 떠오른다. 저자를 만나면서 우리들의 세상이 보편적 복지, 사랑이 가득한 쪽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집단만 잘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부분이 어울려 기초가 되기도 하고 기둥이 되기도 하면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를 맺기도 하는 것이다.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은 독불장군들이 장군 노릇을 한다. 그것이 문제다. 저자의 언어를 만나고 있다 보면 기득권자들의 몸이 더 피곤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지속적으로 우리들은 아픔을 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도전이조 주장이다. 가슴 아픈 노래가 책을 통해 가슴에 전달된다. 그녀의 일상이 사랑의 절절한 외침이다. 그것이 또한 그녀의 언어이기도 하다.
생에 두 번은 없으니 돌아오라, 이 남루한 삶으로―
우리 시대의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말하는 우리 육신의 은밀한 기억

자칭 집도 절도 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로 가난한 삶을 건사했으나 영혼은 가난하지 않았던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우리 육체에 깃든 은밀한 생의 기억을 탐구한다. 고등학교 1학년 중퇴, 네 멋대로 해라 출간, 단편영화 감독, 웹진 최연소 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 한 시사주간지에서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모델로 세웠을 만큼 수많은 미디어와 세간의 관심을 받았으나, 김현진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묵묵히 촛불집회장, 기륭전자 옥상 컨테이너, KTX 고공농성장, 쌍용자동차 굴뚝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처 입은 영혼들의 비명을 채집하여 위무해왔다.

육체탐구생활 은 우리 시대의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우리의 육신이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었음을, 상심한 영혼을 되찾기 위해 그토록 헤맸으나 손에 만져지는 것은 오직 육체가 전부였음을 뒤늦게 깨달아간 방황의 여정과, 그간 척진 육체에게 건네는 화해의 인사다.

김현진은 말한다. 슬픔과 기쁨, 모든 기억들은 죄다 몸에 새겨져 있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몸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 마구 함부로 해왔던 내 육신이 이제는 나를 용서하기를. 그리고 당신의 육체에도 부디 축복이 있기를. 사랑에 빠지고 또 상심하시길, 우리가 끝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또 그 여정 동안 당신의 육체가 영혼을 지탱해줄 만큼 튼튼하기를. 이제 육체탐구생활 과 함께 영혼을 담는 그릇, 육체 속에 새겨진 당신도 기억 못할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작가의 말 -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에 깃들어 있다
1. 슬픔이 말을 걸어오거든
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
봄날은 잘 간다
내 안에, 아버지
전혀 스마트하지 못한 이야기
나한테 그만 소리 질러 이것들아
남자가 입 맞추고 싶은 손
낭만적 낙오자
울지 말아요, 다들
나주순대국
경찰아저씨의 옷자락
격렬한 손길이 애정이라 생각했다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2. 사랑이라는 ‘불완전’명사
서른 즈음의 연애
할리우드 액션
여자를 유혹하는 두 가지 방법
왜 화내고 그러세요?
그 스키니진에 남자가 어떻게 들어갔지?
부산 남자, 대구 남자, ‘웃장’ 까는 남자
정녕 남자의 섹시함이란 무엇인가?
그 남자의 몸
가장 강렬했던 남자의 감촉
송지선에게 술이라도 한 잔 사먹일 수 있었다면

3. 파란만장 미스 김
2010년 봄 지금은 이게 다예요
2010 초여름 연애와 영업의 결정적 차이
2010 여름 이런 시급!
2010 한여름 개미지옥
2010 가을 보수와 진보가 다르지 않을 때
2010 가을 유명한 아버지는 유명하기도 하지
2010 초겨울 배달의 민족 녹즙 아가씨의 푸르딩딩한 나날
2011 겨울 백수의 혜택
2011 늦겨울 녹즙 아가씨 드디어 사표 썼다!
2011 봄 녹즙 아가씨 시즌 2: 리로디드.
2011 초여름 쥐가 죽었다.
2011 여름 고양아 넌 어디서 왔니?
2011 한여름 힘내요 건당 인생
2011 가을 당신들이 선물이다
2011 초겨울 녹즙 병장 미스 김 전역하다
2012 겨울 혼자가 팔자는 아니겠지요
2012 봄 동아줄보다 새끼줄
2012 한창 봄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쁘다
2012 봄 야옹아 할아버지가 뭐라시디?
2012 여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있는 힘

4. 차마 그러려니 할 수 없었던 날들
나쁜 짓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가만 있으라, 가슴에 묻으라
무혈의 테러리스트
아사는 그리 쉽지 않다
남의 남편 밥을 차리면서
주여, 이 주둥이를
당신은 누구시기에
안녕, 이재영, 상큼함의 빛과 소금이여
왜소한 철의 여인, 이소선
영원한 사상의 오빠, 리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