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그라모폰이 1972년에 내놓은 폴리니의 쇼팽 애튀드 음반은 명반을 넘어서 음악애호가들에게는 교과서나 다름 없는 곡이다. 완벽한 테크닉에 화려한 페달링과 밀도 있는 속도 조절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감탄사를 저절로 연발하게 되기는 한다. 1960년 18세의 나이로 쇼팽 콩쿠르 우승을 하고 나서 바로 폴리니는 EMI와 계약을 하고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했고 그 다음에는 바로 이 음반을 녹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음원들은 폴리니의 요청으로 발매되지 않았다고 한다. 50 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음반사 아카이브에 숨어 있던 이 곡들이 빛을 보게 되었다. 완벽한 음반이라 추앙받는 72년 음반에 익숙해진 지금 20대에 막 세계 무대에 데뷔한 폴리니의 쇼팽 연습곡들은 이런 배경을 모르고 들어도 신선하기 그지 없다. 음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들리고 상큼해서 젊은 연주자의 빛나는 색채감이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주목을 받고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을 앞에 붙여 본인은 짐스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음반을 들어보면 이미 폴리니의 기교는 대가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G판만큼 기계적으로 정확하지 않아 오히려 서정성이 빛을 발하고 페달링 없이 들려오는 음들은 깔끔하면서도 여유롭다. 작품 10의 3 이별은 이후의 연주보다 좀 더 애절하고 11번 겨울 바람의 아다지오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를 보여주고 12번 혁명도 두 손의 명확한 음 조화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난곡을 치면서도 정확한 타건과 여유로움이 살아 있는 음반이다. 폴리니의 완벽성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은 음반이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폴리니의 1960년도 녹음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쇼팽 콩쿨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우승한 직후인 1960년 9월에 런던의 EMI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피아노 협주곡과 동시에 녹음했던 쇼팽 에튀드 전곡이 아카이브에서 살아나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폴리니 특유의 수정 같이 투명한 피아니즘과 완벽한 테크닉, EMI의 명 프로듀서 피터 앤드리의 친밀한 녹음이 조화를 이룬 이 연주는 훗날 DG에서 만든 두 번째 녹음에서 들을 수 있는 확고한 스케일과 의 해석과는 또 다른 섬세함과 감정적인 호소력, 직접적인 표현을 갖추고 있어서 스무 살 무렵 젊은 날의 청년 폴리니가 이미 얼마나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